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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사회적 경제 실무자들의 현장토크 <사회적 경제에서 일하기> 세 번째 대화 - 사회적 경제에서 만나는 사람

사회적경제 실무자들의 현장토크 <사회적경제에서 일하기>

 

 

세 번째 대화  <사회적경제에서 만나는 사람>

 

 

오늘로 세 번째 대화다. 다들 둘러앉는 폼이 제법 능숙하다. 이번엔 새로운 멤버 ‘사막여우’도 함께 했다.

여우는 사회적경제에서 일한지 3개월 차에 접어든 신입 실무자다. 사무실을 오고갈 때 눈인사만 나누던 그녀였다.

제대로 대화하는 건 모두 처음이다. 업무시간과 다르게 풀어진 웃음이 반갑다.

 

 

 

Q1. 사회적 경제에서 일하면서 나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 혹은 관계?

 

 

: 만난 사람 대부분 자기 성장도 하면서 다른 사람의 성장도 도우려고 하는 사람들이에요. 자기 혼자 성장하려고 하는게 아니라 함께 성장하려는 욕구가 기본적으로 있는 사람들. 그런 분들한테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저도 함께 성장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들고.

 

 

: 저는 회사 동료들이에요. 일상적으로 저의 부족한 부분을 깨닫게 해주거나, 도움을 받을 때가 많아요. 특히 저의 사수인 저희 팀 팀장님의 영향을 많이 받죠. 어려워할 때마다 해주셨던 이야기들이 쌓여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 중에 평소에 새기는 이야기는 ‘너에게 그 정도 하라고 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왜 혼자 스트레스 받고 두려워하냐.’ 라는 조언.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나아가지 못할 때, 걷어내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마음먹게 되요.

 

 

: 저는 작업을 의뢰받으면서 IT를 잘 모르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요. 아무래도 소통이 어려워요. 어디까지 구현 할 수 있다 이런 이야기도 다르고. 디자인 논의를 할 때 같은 ‘심플’이라는 단어도 서로 생각하는 그림이 달라요. 오래 일하다보니, 이젠 마음을 비우고, 일일이 설명하는 편이에요.

: ‘스트레스’라는 영향을 주는 관계인건가요?(웃음) 그럼 일하면서 위안이나 힘을 얻는 관계가 있나요?

: 최근에는 저희 회사에 경영기획팀 팀장님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저도 그렇고 회사도 그렇고. 재작년부터 계셨는데 뭐 같이 많이 하려고 하는게 있으셔서. 들어오시기 전에는 직원들이 다들 개인적으로 하고, 같이 하려는게 없었거든요. 회사에서 성장 시키려고 하는 노력도 적었어요. 예를 들면 일을 하면, 잘하는 사람들만 일을 하고. 근데 팀장님은 못해도 같이 안고 가야한다고. 그런게 좋아요.

 

 

: 앞에서 ‘같이 성장하려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 듣고 생각난건데. 저는 입사 전에도 (제가 다니는 회사)의 조합원이긴 했지만, 사회적협동조합에 대해서 잘 몰랐어요. 제가 교육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거에 의미가 있어서 가입했는데. 들어오고나서 의문이 들었어요. ‘교육’을 전문적으로 해야하는 ‘기업’인 거잖아요.(여우는 청소년진로교육을 하는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교육은 전문성이 없으면 힘든데, 교육 나가시는 분들을 왜 전공자를 안 뽑는지. 대표님께 물어봤어요. 교육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교육을 할 수 있다는게 우리의 마인드다, 청소년들한테 관심이 있고 좋은 길을 안내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이 들어와서 고민 하고 성장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더라구요. 기업은 이익을 생각하면 전문가를 데려와서 바로 교육을 하는게 좋은 거잖아요. 그게 아니라 정말 교육하기를 원하는 사람이 들어와서, 교육을 나가는 연습을 하고 실전에 나가는 ‘이 과정’을 의미있게 생각한다는게 신기했어요.

: 저도 그 대표님께 항상 듣는 말이 ‘누구나 교육을 할 수 있고, 누구나 교육대상자가 될 수 있다.’.

: 그 얘기가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 저의 고정관념을 깨준 얘기죠. 전 교육 전공자니까.

: 반발심이 들진 않았어요? 저라면 그랬을 것 같아요.

: 맨 처음엔 들었어요. 그래서 고민을 해봤는데. 진로교육과 교과수업은 다르잖아요. 교과수업은 그에 대한 빠삭한 지식이 있고 그 다음에 청소년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 교육을 하는건데. 물론 진로교육도 그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하지만,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다고 해야하나.  관심있으면 누구나 좋은 교육을 만들 수 있는 분야인 것 같긴 해요. 진로에 대해선 누구나 경험을 하니까.

 

 

 

Q2.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이유는?

 

 

: 저한테 질문을 많이 던져준 사람이 기억에 남아요. 왜 자꾸 질문을 할까. 처음에는 어렵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점점 시간이 지날 수록, 저런 질문이 나에게 도움이 많이 됐구나. 나를 성장시키기 위해 던진거구나. 본인 뿐만이 아니라 상대방도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에 질문을 던져준 사람?

: 사회적경제에서 먼저 일한 선배들?

: 네. 이 쪽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앞으로 너가 무슨 활동을 했으면 좋겠어? 이런 문제에 대해 넌 어떻게 생각하는데?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렇게 해주세요. 그 질문들이 계속 제가 생각하게 해주니까. (질문을 할 때) 계속해서 ‘왜’가 붙어요.

: 7살 애들이 물어보는 것처럼?(웃음) 왜요~?

: 개인적으론 사회적경제에서 일하면서 그런 질문을 하게 된 ‘분야’가 넓어졌어요. 학교 다닐 때 선생님들이 저에게 그런 질문들을 해준 적이 없어서 아쉬워요. 더 필요했던 때 같은데.

: 전 원래 활동가로 들어왔어요. 근데 사람이 힘들다보면 안주하고 싶고, 그럼 지금 하고 있는 사무적인 일만 하게 되고. 그러다가 질문을 들으면 내가 안주하려고 하고 있었구나 다시 깨우쳐요.

: 그런 질문들에 집요하게 답을 하다보면, 어떤 문제에 대한 나의 의견이 정리가 돼요. 자기 의견이 분명해진다고 해야하나. 그런 경험을 한 적 있어요.

 

 

: 전 얼마전에 사업 때문에 완주에 탐방 갔다가 만난 분. 원래는 영화감독이셨는데, 서울에서 완주로 내려오셨대요. 센터에서 아이들 대상으로 영화제작강연하고 지역신문에 글 기고하는걸로 생활비 벌면서, 수익 목적없이 동네 사람들이 다 모이는 ‘아지트’를 운영하시더라구요. 물론 월 임차료가 싸다는게 한 몫 했지만, 그래도 수익이 없는 상태에서 또 요즘처럼 ‘신뢰’라는 단어가 어색한 세상에서 이런 오픈공간을 6년째 유지하고 하고 있다는게 신기했어요. 유치원생부터 60대 할머님까지 왔다갔다하고. 인상깊었던 진짜 이유는 그 분 생활 자체에서 용기를 얻었거든요. 사회적경제에서 일하면서 ‘사람에 대한 제 마음’에 자주 부닥쳤어요. 나는 왜 사람들이랑 같이 있고 싶은데, 또 같이 있고 싶지 않지? 다른 사람들보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는게 아닐까. 이런 마음으로 내가 여기서 일하는게 맞는걸까? 근데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공간을 운영하시는 그 분도, 오히려 사람 만나는 걸 마냥 좋아하는 편은 아니시라는거에요. 집을 일부러 완주말고 전주에 두고 있대요. 이 공간을 지속하려면 사람과 자기가 거리를 둘 수 있는 틈이 있어야한다고. 사람들 속에서 얻는 무언가와 나 자신, 둘 다 인정하고 공존하는 법을 적극적으로 찾으신 점을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 저는 아까 말했던 저희 팀장님이에요. 아무래도 회사 바꾸는데 기여를 많이 하셨거든요. 그 전엔 일하기만 바쁘니까 공부같은 거 할 생각도 못하고, 말로만 한다고 하고 넘어갔는데. 옛날엔 ‘업무 외 시간에 알아서 해라’였어요. 팀장님 들어오면서 공부 자체를 업무하고 합쳐서 학습회도 하고. 조금 피곤한 면이 있긴한데(웃음) 나쁜 건 아닌 것 같아요. 제가 평소에는 말도 안 하고 누구랑 이야기도 안하고 그랬는데, 많이 바꼈어요.

 

 

: 저는 ‘사범대학생 진로기획단’을 했을 때 만난 분이 기억에 남아요. 사범대학생 진로기획단이 사범대 학생의 고민을 얘기하다 만들어진건데. 보통 사범대하면 직업이 떠오르는게 선생님이잖아요. 그게 오히려 사범대 학생들의 고민이에요. 임용시험 붙어서 선생님 되는 비율이 5%밖에 안되는데 다양한 길을 모르니까. 사범대 목적자체가 교사양성이라 커리큘럼 자체가 다 임용에 맞춰져 있고. 다른 학과는 다양한 곳에 취업한 선배들이 강연을 올 때, 우리는 다 교사들 선배가 오고.

: 진짜 좁고 또렷한 길이다.

: 파고 들어가면 다른 길을 간 선배들도 있거든요? 그런 분들도 초청해서 알려줄 수 있는데, 학교에선 사범대 취지랑 안 맞으니까 (초대)안하죠. 3학년쯤 되면 고민을 해요. 자기 성적엔 교사가 안될 것 같은데, 이걸 계속 파야하나? 4학년 때 실습하면 더 아니야. 중학교가 너무 안 맞아. 난 이 것만 준비해서 달려왔는데, 안하면 이제 뭐하지? 그런 학생들이 꽤 많아요. 남들은 토익이며 대외활동이며 준비한게 많은데 난 다시 1학년과 다를게 없는거에요. 거기서 혼란에 빠지고. 저도 그런 고민이 됐었고. 그래서 기획단에서 한 게, 교육 분야에서도 여러갈래의 길이 있다는 걸 알려주자. 학교 선생님 이외에 교육을 하시는 분들을 초청해서 강연 하는 걸 했어요. 직업능력개발원 다니는 분, 청소년 지도사, 경력단절여성 교육 하시는 분...그 중에 인상에 남는 분은 지적장애 아동들에게 미술 수업을 하고 그 그림을 손거울, 노트 같은 물건에 디자인으로 넣어서 직접 판매하시는 분이에요. 그 분도 특수교육과를 나오셨고 부모님이 교사가 되기를 엄청 원하셨대요. 근데 교생을 갔다 온 후에 장애 아동들에게 기존의 특수교육말고 다른 방법으로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신거죠. 그래서 기업을 만들고.

: 사회적기업이에요?

: 네. 그 판매 수익을 (디자인한) 특수 아동에게 줘요. 그림을 그리는 활동이 그 아동에게 직업이 되는거에요. 그런 것들이 신기했어요. 기존의 특수교육이랑 다르니까. 그림 보면 잘 그렸어요. 플리마켓에 나가서 팔면, 처음엔 모르잖아요. 누가 그렸는지. 특수아동이 그렸다는 걸 알게 되면 ‘생각보다 잘 그렸네요?’ 라는 반응이 많대요.

 

 

 

Q3. 사회적경제에서 나아가 인생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그 이유는?

 

 

: 제가 1인가구로 산 지 오래 됐거든요. 자취촌에서 혼자 오래 살면서 ‘외로움’이 단순히 개인의 지나가는 감정으로 치부하기엔 우리 삶과 사회에 영향력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동네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졌어요. 어렸을 때 생각해도 ‘주거생활반경’을 공통점으로 두고 형성되는 커뮤니티는 느낌이 다른 것 같아요. ‘자연스러움’이 크달까. 가족 같은 느낌도 있고. 그래서 실제로 동네에서 1인가구끼리 커뮤니티를 이룬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어요.

: 한참 오픈채팅방에서 지역/동네 방이 유행했었어요. 대전 오버워치 모임 이런거. 걱정인건 어디서 누가오는지 모르니까. 모임도 출처가 불분명하면 참여하기 두렵잖아요. 친구랑 같이 하면 모르겠지만, 혼자 선뜻 신청을 하기가 어렵죠.

: 참여는 안해봤지만, 오픈채팅방처럼 익명성이 큰 공간이라면 저도 불안할 것 같아요. 1인가구니까 더더욱 치안도 중요하고. 그래서 만난다면, 이런 문제점을 어떻게 해결했는지도 듣고 싶어요. ‘건강한 공동체’를 만드는게 중요하니까요. 그리고 ‘공동체를 만들고 지속하는 힘’에 대한 조언을 가장 듣고 싶어요. 그 공동체안에 어떤 ‘신뢰’를 형성하느냐에 따라서 구성원의 애정과 참여 지속성도 생기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완주의 경우가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흠... 제가 많이 외로운걸까요?(웃음)

: 빨리 남자친구를 소개시켜주는걸로. 그럼 이런거 생각 안하는거 아니에요?

: 만나고 싶은 사람이 연애고수로 바뀌고.

 

 

: 저는 실무 일을 하면서도, 활동가의 고민을 항상 해야한다고 들어요. 그냥 업무만 하는게 아니라 가치도 같이 찾아야한다. 하지만 일을 하다보면 가치고 뭐고, 지금 하고 있는 업무만 하게 되잖아요. 저도 활동가지만 요즘은 실무에 집중 하고 있는데, 점점 내가 어떤 걸 추구해야하는지 까먹고. 그래서 더 학습회를 하려는 것도 있어요. 근데 갑자기 실무적인 일과 가치를 쫓는 일 둘 다 잘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은거에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는 분을 만나보고 싶어요. 어떻게 하고 있는지가 궁금해요. 아 주변에 그런 분이 떠오르긴 하네요. 그 분한테 일을 하면서 계속 학습을 하라는 조언을 이미 많이 듣고 있긴해요.

: 학습을 해야 되는건 모두 알잖아요. 그 시간을 어떻게 분배를 하며, ‘방법’을 구체적으로 물어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 필요한 것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누구한테든 물어보고. 이런 사람 만나고 싶다 얘기도 해야하고. 그런 방법이 있다고 말씀 해주시긴 했어요.

 

 

:  저는 사회적경제랑은 좀 벗어난 이야기긴한데, 제가 안 그래보여도, 결혼을 일찍하는게 로망이에요. 가정을 빨리 꾸리고 애기 낳고. 원래 고등학생때까지는 졸업하고 3년 이내에 결혼하고 싶었어요. 상대가 누군지 생각도 안하고 그냥 결혼(웃음). 그래서 결혼을 해서 애기를 낳아서, 즐거운 가정생활을 하고 있는 신혼 초기의 여성분을 만나보고 싶어요.

: 아~ 실제론 어떤지?

: 네.

: 나쁜 선택을 피하기 위해서? 아니면 부러워서?

: 둘 다.

: 저도 전에 만나보고 싶었어요. 그 생활 행복한지 어떤지. 원래 그랬는데, 요즘은 제 생활이 재밌어요.

: 지금 피곤해서 눈이 풀렸는데, 재밌다고 하면 믿겠어요?(웃음)

: 하하 아니에요. 뭐 아직은 결혼 생활이 재밌다는 분을 못 만나서 그럴 수도 있어요.

: 어떤 걸 물어보고 싶어요?

: ‘아기 낳는 만화’ 알아요?

: 아~ 네네. 그거 출산에 대한 환상 깨는 만화잖아요.

: 그런식으로 현실을 알고 싶어요.

: 상처받으면 어떡해.

: 나중에 후회하는 것보다 미리 알아야죠. 알고 그래도 하고 싶다, 애를 낳고 싶다, 결혼을 하고 싶다 생각이 들어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저희 사촌언니가 결혼한 지 2,3년밖에 안됐거든요? 물어보고 싶은데 안 친해요. 그래도 물어보고 싶어서 한 번 놀러가려구요.

 

 

: 저는 요즘은 일하는 공간에서, 나이가 비슷한 친구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어요. 그 전에 같이 일하던 사람들은 또래는 아니였어요. 나이 차이가 있고.

: 지금 같이 일하시는 분들도 나이가 비슷하다고 알고 있는데, 좀 더 친한 관계가 되고 싶으신건가요?

: 네, 그렇죠. 다 친하게 지내고 있긴해요. 지금 관계에서 그냥 더 돈독해졌으면 좋겠다.

: 그게 참 어려운 것 같아요. 회사사람들이랑 친해지고 싶은데, 너무 친해져도 안 좋은 것 같고 너무 멀어져도 안 좋은 것 같고.

: 사실 회사 사람들이랑 좀 더 친해질려고 시도 했다가 집에 가서 이불킥 한 적 있어.

: 하하 왜요?

: 아직 그 정도는 아닌데, 성급했어요. 본의 아니게 부담을 준 것 같아서.

: 저희 회사에선 짝미션이라는걸 해요. 제가 기획자에요. 한달에 한번씩 팀을 짜서, 이 대화모임처럼 업무를 빙자해서 사심 채우면서 같이 놀기. 괜찮은거 같아요 재밌고.

: 우와 업무 시간에 해도 돼요? 어떤 거 해요?

: 네 업무 시간에 해도 돼요. 두 달 정도 했어요. 자음 적은 종이를 제비뽑기 한 다음에 그걸로 하고 싶은 활동을 정하는 거에요. ‘ㅌ’이 나오면 스’티’커사진찍기 이런거. 이번 달에 어떤 팀은 ‘방 탈출하기’를 했고. 저희 팀은 보드게임 카페 갔다왔어요.

: 안 하면 어떻게 돼요?

: 안하면 벌금 10만원.

: 우와 세다.

: 재밌겠는데요. 우리 회사도 벤치마킹 할까봐요.

 

 

 

Q4. 어떤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나요?

 

 

: 마지막으로 좀 심오해보이는 질문을 던져보려고 해요. 근데 질문 의도는 심오한게 아니구요. 좁게는 나 자신, 가족에게 넓게는 사회도 될 수 있고. 다양한 범위와 내용으로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 전 돌아보면, 보통의 기준이 유독 깐깐한 사회에서 살아왔구나 싶어요. 그게 개인적으론 불편했어요. 그래서 ‘다양한 보통’이 생기는 일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고 싶어요. 음..제가 1년째 퇴근하고 학원에서 춤을 추고 있거든요. 취미반에서 시작해서 전문반을 다니고 있는데, 같이 배우는 친구들이 저 빼고 다 중고등학생들이에요. 이십대 후반이면 도전하기엔 아직 어린 나이잖아요. 근데도 ‘흔히 춤을 시작하는 나이’보다 늦게 시작했다는 거에 쉽게 주눅들더라구요. 다들 제 나이 들으면 놀랬거든요. 그러다보니 처음엔 ‘못하는 상태를 보이기가’ 어려웠어요. ‘저 사람은 선생님뻘인데 왜 저렇게 못해.’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물론 지금은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것도 알고, 하지도 않아요. 근데 도전 하고 싶은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두려움을 겪지 않을까. 만약 한국에 30대에 춤을 시작한 댄서가 흔했다면, 처음이 더 당당하지 않았을까. 그래서 요즘엔 나이때문에 주춤해지는 순간에 ‘나는 다양한 시작하는 나이를 만드는 사람이야’ 라고 생각해요. 거기에 뜻을 두자고 생각을 하게 됐어요. 나이때문에 그만두면, 누군가한테 ‘나도 늦게 시작 했으니 당신도 할 수 있어요.’ 라고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는게 아닐까? 두렵기도 하구요. 일상에서 다양한 보통을 만드는 하나의 시도라고 생각해요. 동네에서 공동체도 만들고 싶은 것도 다양한 가족형태를 시도해 보고 싶기 때문이기도 해요.

 

 

: 저는 편견을 깨도록 도와주는 사람이고 싶어요. 사람들이 어떤 것이든 편견이 있을 수 있잖아요. 예를 들어 이혼집 가정에서 자란 아이는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기 어렵다라던가. 그런 편견들이 솔직히 저는 무섭더라구요. 그런 편견들을 옆에서 조금 깨줄 수 있는 사람. ‘아 그런게 아니구나.’라고 깨닫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더라구요. 더 넓은 시선으로 봤으면 좋겠는거에요. 그런 예시도 있잖아요. 호랑이. 원숭이. 바나나 중에 두 개를 골라서 묶어보라고 하면 보통은 원숭이랑 바나나를 잘 묶잖아요. 이런 습관적인 생각. 어떨 땐 사람에 대해 ‘쉽게’ 편견을 가지잖아요. 본인이 직접 그 사람을 대해보지 않았으면서 다른사람에게 소문만 전해듣고, ‘이사람 이렇대저렇대. 언니 그사람 조심해요.’ 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어요. 저는 그런 말은 안 들을려고 해요. 제가 직접 경험해봐야 그 사람을 알 수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실제로 직접 만나보니 그 사람이 괜찮은거에요. 그래서 ‘안 겪어보고 그렇게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직접 만나보니 괜찮았던 점을 이야기해주니까 ‘그 사람 그런 사람 아니었어요?’ 라고 말하더라구요.

 

 

: 저는 일단 제가 몸이 불편하니까 신체적으로는 도움을 받아야하잖아요. 일적으로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 이미 도움을 많이 주는 사람으로 존재하고 있어요.

: 인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 저한테 좋은 영향을 많이 주는 동료에요. 사람들한테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려는 노력을 많이 하시잖아요. 오히려 저는 구석에 숨어 있을 때가 많은데. 주변 사람한테 관심이 많고  세심해서 보면서 많이 배우죠. 반성도 하고.

: 그건 맞아요(웃음) 그래서 몸이 더 피곤한 것 같아요. 신경쓰는 게 많아서. 제가 좀 예민하거든요.

: 이렇게 대화모임에 꾸준히 나오셔서 이야기 듣는 것도 그 중 하나라고 봐요.

 

: 저는 제가 겪었던 문제를 주변사람들이 비슷하게 겪는다면, 조언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제가 아직 나이가 많지 않기도 해서 힘든 경험이 많진 않지만. 예를 들어, 제 동생이 저보다 다섯살 어린데, 제 동생에게 제가 한 경험을  많이 풀어요. 제가 연애나 공부 때문에 힘들었던 걸 어떻게 해결했는지.

: 묻지 않아도?

: 네, 제가 먼저.

: 언니.. 그..그만..(웃음)

: 하하 동생이랑 친해서 그런 것도 있고. 어떻게 보면 제 결핍인거죠. 제가 힘들때 누군가 도와줬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그런 경험이 많이 없었던걸 해결해주고 싶으니까. 챙겨주고 싶고. 아직은 동생한테만 해본거 같아요.

: 직장에 후배가 들어오면 잘 챙겨줄 것 같아요.

: 그럴 수도 있죠.

: 우리가 오늘 ‘사람’ 얘기를 많이 했잖아요. 만나고 싶은 사람 그리고 내가 되고 싶은 사람. 그 이야기들 속에 우리의 관심사, 키우고 싶은 역량, 비전 같은 것들이 녹아 있다고 생각해요. 이걸 본 누군가가, ‘우와 나랑 비슷하네. 함께 일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고. 그리고 그런 사람들과 일하게 된다는 건  우리에게도 행복한 일이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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