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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사회적 경제 실무자들의 현장토크 <사회적 경제에서 일하기> 다섯 번째 대화 - 나의문제 그리고 사회문제 2

사회적경제 실무자들의 현장토크 <사회적경제에서 일하기>

 

 

 

다섯 번째 대화 <나의 문제 그리고 사회문제 2>

 

 

 

2. 사회적경제에서 일하면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참여한 활동이 있나요? 혹은 관심이 있는 문제가 있다면?

* 대화에 참여한 실무자들 모두 ‘청년’이라 청년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나이, 지역 등 조건에 따라 사회적경제 실무자들의 관심 이슈가 다양하다는 점 참고바랍니다.

 

 

 

사회 문제 1  < 결혼을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요.>

 

: 요즘 청년들 결혼 문제도 심각한 사회 문제인 것 같아요. 제가 결혼을 빨리 하고 싶어 하잖아요. 그래서 돈을 빨리 모으고 싶어요. 그럴려면 일이 안정적이고 수익이 많아야하고, 재무관리가 되야되는데 안되니까.  

: ‘결혼을 하고 싶은 사람’도 여유가 없어서 못한다면….슬프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이유 때문인 것 같아요?

: 사실 재무관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부모님 말고는 얘기해본 적이 없어서. 막연하게 얼마씩 벌어서 몇 년 모으면 이만큼 모이네. 추측만 하고 있어요.

: 저도 거의 결혼을 포기했는데, 결혼자금을 만들 자신이 없다는게 가장 큰 이유에요. 학자금 천만원도 아직 상환을 시작도 못한 상태고. 진짜 ‘형편대로’ 결혼한다는게 한국사회에서는 불가능한 이야기인 것 같아서요.

: 결혼하는데만 돈이 많이 드는게 아니라 결혼생활 유지하는거랑 애기 낳는데도 드니까.  

: 돈 버는 기계가 될 것 같아요. 내 삶도 없어지고.

: 정말 돈은 어떻게 모으는걸까…

: 찾아보면 재무상담 해주는 센터가 있더라구요. 청년들이 빚을 지지않은 사람이 드물잖아요. 전화하면 상담 해준대요. 사람들이 꼭 빚이 있어야 상담을 받는다고 생각을 하는데, 어차피 사람들은 누구나 잠재적인 빚쟁이라는거에요. 우리 전화요금 같은 것도 다 빚이고. 그래서 그냥 와서 받으면 된대요. 돈이 있건 없건.

: 오~ 찾아봐야겠어요. 사실 주택청약도 원래 몰랐다가 대학교 4학년 돼서 알았어요.

: 복치님은 주택청약 하고 계세요?

: 대학교 때 잠깐 하다가 생활비 없어서 깼어요. 학생들, 특히 대학생들 생활비 지원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때부터 빚을 지기 시작해서 재무상태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대출사업이 있긴 하지만, 결국 빚이니까요.

 

 

 

사회 문제 2  <사고 날까봐 무서워요.>

 

: 최근에 강릉에서 KTX 탈선된거 알죠? 다행히 사망자는 없는데, 대처가 미흡하다고.

: 우리나라는 사고에 대한 대응책이 준비가 많이 안돼있는 것 같아요. 일본은 지진 피해가 많기 때문에,  훈련을 더 진지하게 일상적으로 하고 있잖아요. 우리나라도 진지하게 대비했으면 좋겠어요.

: ‘안전 불감증’ 이 해결되야 할 것 같아요

: ‘설마 일어나겠어?’라는 인식이 왜 사회전반에 있을까요.

: 한국 사회에 빨리 빨리 하려는 것 때문에?

: 발전이 빨리 됐잖아요.

: 그리고 문제를 자꾸 숨기려고 하는 것 같아요.

: 재난훈련도 시행 하는 것에만 의의를 두는 것 같아요. ‘어떤 방식으로 해야 효과적일까’를 고민해야하는데... 지금 상태론 진짜 사고 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목적 설정 제대로 하고, 사용자 중심으로 설계를 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맞아요. 그리고 단기간에 성과를 내려고 하면 안될 것 같아요. 목적에 집중하기가 어려워지니까요.

: 어떤 분이 사업을 진행하시는데, 첫 브리핑 하시는게 인상적이었어요. 보통 브리핑을 하면 “한 해 이렇게 활동을 하면 결과물이 이렇게 나올 것이다.”라고 하잖아요. 근데 그 분은  “이번 해는 기획에 집중할 거라 시작은 내년부터다. 첫 해는 아무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 라고 하셨거든요.

: 우와 진짜 감동이다. 멋있다.

 

 

 

사회 문제 3  <변화가 있는 교육을 하고 싶어요.>

 

: 진로교육을 하면서 본 변화나 느낀 보람이 있다면?

: 현재는 변화나 보람을 느끼기가 어려워요. 항상 아쉬운게 학교에선 짧은 기간 안에 교육을 해야한다는 점. 그게 힘들어요. 진로가 한번에 느는게 아니고 아이들의 생각의 변화가 생기면 나아가는거니까. 참여형 교육을 하고 있긴해도, 단기간엔 변화를 보기가 어려워요.

: 변화가 있으려면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하면 좋을까요?

:  지속성이 중요해요. 학생들이 항상 오고 갈 수 있는 장소를 두고 하면 좋겠죠. 센터라던가. 자발적으로 오기 쉽지 않을까. 그럼 참여도도 높고, 더 친해지기도 쉽고, 시간 제약 없이 애들이 더 놀 수도 있고 책도 읽고. 감정적으로 친해져야 선생님과 소통이 잘되니까요. 진로교육도 더 효과성이 높아지고. 그런식으로 하고 싶죠.

: 진로교육을 직접해보니 필요한 것 같으세요?

: 필요해요. 진로를 ‘직업’으로 보는게 아니라 ‘주체적인 성장’으로 보고 있어서 누구한테나 공통적으로 필요한 교육인 것 같아요. 청소년뿐만 아니라 성인한테도요. 앞으로 주체적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 직장생활 하다보면 필요할 때 있어요.

: 옛날에 청소년이었던 사람들은 못 받는건가요… 흑

: 저희 엄마가 결혼한 후 20여년 주부로 쭉 계셨는데, 뭘 하고 싶다는 욕구가 별로 없으셔서 아쉬워요. 아빠는 퇴직하자마자 서예랑 한자 배우는데 관심이 많아서, 학원 다니고 평생교육원에 다니시거든요. 이제 아빠를 케어할 일이 줄었으니까, 엄마도 그런데가서 관심가는 수업 들었으면 좋겠는데, 안들으시더라구요. 주부를 위한 강좌 진짜 많아요. 요리, 노래 , 뜨개질.. 많은데, 엄마는 하고 싶은게 없다고...

: 하고 싶은 게 없는게 아니라 모를 수도 있어요.

: 겁이 나신걸 수도 있어요. 그런 걸 선택해서 배우는게 너무 오랜만이어서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라고 생각하시기도 하더라구요. 근데 뭐.. 근데 취미활동 안하는 상태가 본인한테 편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요?

: 그냥 저의 욕심인거죠. 엄마한테 어떻게 권유하는게 올바른건지 그런 것도 고민이에요. 정말 안 하는게 편한걸까요...?

: 그냥 강요한다는 생각 없이 권유해봐도 좋을 것 같아요. 저희 엄마도  ‘압화’를 하게 됐는데 일주일에 한 번 동네분들이랑 하시거든요. 너무 재밌어 하세요~ 처음에는 무서워서 안할려고 하는데, 계속 권유하면 해볼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 에이 해보고 아니면 말면 되지 뭐~

: 일단 그런 부담을 덜어주면 좋을 것 같아요. 해보고 아니면 안해도 된다고.

 

 

 

바라는 변화  <기초 공사 잘하기>

 

: 항상 느끼는게 본질이 중요하구나. 기초 공사를 잘해놔야하는구나. 항상 느껴요.

: 기초라는게 어떤건가요?

: 몇 년차 활동하시는 분들도 얘기하는게, 고민이 있으면 항상 다시 돌아오는 곳이 ‘처음’이래요. 내가 공익적인 활동을 하는게 어떤 가치로 마인드로 해야하는가. 처음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초심을 잃죠.

: 제가 서울 가서 *디자인 씽킹 교육을 들었을 때, 중년의 남성분과 하게 됐어요. 그 분이 지금도 가치가 흔들릴 때가 많다고. 사회가 바뀌길 원해서 시작한건데, 원래 하려던 목적에서 벗어나고 끊임없이 흔들리신대요.. 그분 말씀을 듣고 ‘나중에도 계속 흔들리겠구나 하지만 흔들림은 필요한거구나.’ 결국 본질을 찾기위해서 흔들리는거니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디자인 씽킹 : ‘좋은 해결책은 사용자 중심으로 한 시행착오에서만 만들어진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관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고 시제품을 만든 뒤, 수차례의 사용자 피드백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문제해결방법.  

: 디자인씽킹 워크숍에서 뭐했어요?

: 디자인씽킹 어렵지 않았어요? 전 어려웠는데.

: 당사자의 입장에서 인터뷰하고 공감 하고. 또 포스트잇 붙이고. 청년은 저 밖에 없기도 하고 새로운 사람들이랑 이야기해서 색다르긴 했어요. 디자인씽킹에 대해선 아직 깊게 들어가진 않았어요. 내일도 가요.

: 오오~ 여우님도 잘 아시는걸로 아는데, 디자인 사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 고객의 입장에서 공감하는게 첫 번째에요. 예를 들어 무단횡단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 ‘무단횡단을 하는게 문제다’에 집중하는게 아니라 ‘왜 무단횡단을 할까’에 집중하는거죠. 그 사람 입장에서. 공감을 하고 나면 문제점 정의를 하는거에요. ‘기다리는게 지루하다’가 문제점이다라고 정의했다고 해요. 그 다음에 해결 아이디어를 내는거에요. 아이디어 하나를 선택해서 ‘프로토타입(시제품) 만들기’를 해요.  그 결과물이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서 실험해보니 ‘지루한게 해소 되지 않는데?’ 라고 해버리면 망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프로토타이핑을 하는건데, 아주 값싼 재료로 아이디어를 만들어서 일단 보여줘요. 그리고 사용자한테 피드백을 받고... 또 안되면 다른 아이디어 내거나, 문제점 정의로 다시 돌아가는거에요.

: 시제품 만들기는 어떤 재료로 주로 하나요?

: 보통 종이로 많이 해요.

: 우리가 이야기했던 맥락이랑 이어지네요. ‘왜’ 이걸 하는지 물어야한다는 얘기를 계속 했었는데.

: 그럼 결론은 디자인사고를 해야된다네요? (웃음)

: 저도 앞으로 필요한 교육이라고 추천해서 들으러간것도 있거든요.

: 왜 필요한지 확 체감했네요. 오늘 나눴던 얘기랑 연결되니까.

: 무단횡단하는 사람에게 벌금을 내라 한다고 해결되는건 아니니깐요. 그걸 ‘왜’ 하는지 알아내서 해결하는거죠.

: 학교 교육에 이런게 필요하지 않을까. 모든 과목에서 용어 암기만 하는게 아니라 이런 사고를 연습해봐야하는데…  피타고라스 정리는 앞으로의 내 삶에 ‘왜’ 필요한가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면, 열심히 배웠을지도...아닌가..핑곈가…?

: 맨날 암기나 하고 (궁시렁)

: 저희 좀 아주머니들 모여서 대화하는 거 같네요. 자꾸 섬으로 가고. 이번엔 디자인사고의 섬으로 갔어.

: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디자인사고가 필요하다! 예!

 

 

네 번째, 다섯 번째 대화모임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로서 우리 사회적경제 실무자들이 사회이슈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 이야기 나눴다.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선 ‘핵심 why’를 철저하게 묻는 디자인사고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도 다시 한번 느꼈다. 사회적경제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핵심역량이라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사회적경제에서 일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아래처럼 디자인사고를 접목한 사회이슈 관찰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화모임을 마치며..>

 

 

업무 차 갔던 자리에서 종종 나와 비슷한 긴장과 혼란의 눈빛을 하고 있는 새내기 실무자들을 마주치면, “우리 이야기 좀 해요!” 라고 외치고 싶을 때가 있었다. 배움은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깊은 공감은 나누기 어려운게 우리 위치여서일까. 사무실 칸막이가 점점 삭막하게 느껴질 때쯤 맡게 된게, 이 콘텐츠 기획이었다. 첫 대화모임 때는 사람들을 초대해놓고 내가 긴장해서 기절할 뻔했다. 그만큼 실무자들끼리 행정이 아닌 ‘대화’로 모이는게 익숙치 않았다. 그래도 용기냈던 건 사회적경제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이 서류 밖에서 모일 수 있길 절실히 바랐기 때문이다.

또 사회적경제에서 일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예비 실무자들이 우리의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경제에 대한 막연함을 걷어낼 수 있길 바랐다. 이제 알려지기 시작한 사회적경제 분야는 업무 현장에 대한 목소리, 특히 입사초기의 실무자들의 경험을 상대적으로 찾기 어렵다. 내경우도 아예 모르는 상태로 입사해서, 모든 정보를 경험과 선배들의 조언 등을 통해 알아가고 있다. 업무는 들어와서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입사 전에 사회적경제에서의 나의 비전, 최소한 나의 욕구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 아쉽다. 정리 된 비전이 없으니 경험 하나하나에 이리저리 흔들렸다. 이 이야기들이 앞으로 함께 할 사람들에게 ‘사회적경제에서 일한다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어떤 고충이 있을지, 또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지, 무엇보다 내가 그곳에서 얻고 싶은 건 무엇인지 미리 초안을 그려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2개월동안 5개의 대화주제로 5명의 청년 사회적경제실무자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일 얘기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화 분위기는 풀어져있었고 서로 가까워졌던 신기한 시간들이었다. 저돈데! 라는 맞장구속엔 감동마저 느껴졌다. 조금은 창피하게 느껴져서 혼자 앓았던 감정들도 우리 안에선 가감없이 털어놓을 수 있었다. 아낌없는 고개의 끄덕임이 위로가 됐다. 비슷한 입장이지만 다른 경험과 생각을 들으면서 나의 것을 피드백하고 정리할 수 있었다. 이젠 주저없이 동료라고 부를 수 있는 그들의 진솔한 대화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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